Page 2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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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 명수좌는 금관,협상,종부로부터 나를 따라 노닌 지 10
               여 년이더니,그 정리(情理)의 뛰어난 이해력을 이미 모두 드러
               내 보였도다.이 문중에 들어와서는 조용과 기지와 견해의 길을
               모조리 물리쳐 버리지 않음이 없는데,오로지 향상일로의 한 도

               리는 조실에서 백천 번 단련하였다.근래에 민노덕을 보살피느
               라 아침저녁으로 떨어져 나가 있으므로 붓으로 몇 말을 얻어듣
               고자 한다기에 여기 몇 장을 조목별로 열거하여 함께 부치노라.




               2.장선무(張宣撫)상공에게 드리는 글



               지난날부터 매우 깊이,그리고 오래도록 이 도리를 공부해 왔
            으니 어찌 말을 빌려 통할 것이 있겠습니까.그러나 종지를 뛰어

            넘는 격외(格外)도리는 크게 통달한 자라야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천변만화도 손바닥을 벗어나지 않고 세간법과 불법이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그것은 마치 매일 사용하는 거울 속의 그

            림자와 같아서 애초부터 비추는 작용과 그 그림자가 분리된 적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대정(大定)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유마(維摩)

            거사가 향적(香積)여래로부터 공양을 받고 수미등왕(須彌燈王)여래
            에게 사자좌를 빌려 오기도 하며 묘희세계(妙喜世界)쥐기를 옹기
            장이가 돌림판을 다루는 듯하였던 것입니다.

               겨자씨에 수미산을 받아들이기도 하며 뱃속에 겁화(劫火)빨아
            들이기를 마치 손바닥 뒤집듯 합니다.이는 속이 텅 비었으면서도

            신령스럽고 고요하면서도 비추기 때문입니다.이밖에 사물이 출몰
            하고 이리저리 변하는 데는 다른 힘을 빌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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