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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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희귀하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니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
            가 없습니다.알아차린 사람이 없다면 모르겠지만,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바로 이 문중의 사람이라야만 할 것입니다.




               14.담주(潭州)지도 각(智度覺)장로에게 드리는 글



               지극한 도는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깊고 오묘하여 애초에 등급
            이나 사다리를 세우지 않고 만 길 절벽에 서 있으니,이것을 본분
            소식이라 합니다.이 때문에 마갈타(摩竭陀)에선 방문을 잠그고 바

            른 법령을 시행한 일과 비야리(毘耶離)에서 침묵으로 근본 종지를
            천양한 것도 오히려 본분의 선지식이 있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
            았을 터이니,하물며 현묘함에 빠져 마음과 성품을 설명하고 따지

            는 경우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땀 냄새 밴 장삼을 착 붙여 입
            고 벗어버리지 않는다면 더더욱 낭패를 볼 뿐입니다.이것은 소실

            과 조계의 가풍과는 전혀 다르며,임제스님과 덕산스님의 기량은
            뼈를 발라낸 듯하며,용과 호랑이가 달리고 천지가 회전하듯 하여
            서,경쾌(慶快)한 사람은 끝내 진흙탕으로 이끌지 않는 법입니다.

               예로부터 크게 통달한 사람은 지극한 곳을 철저히 믿기만 하면
            재빠른 새매와 같아서,바람 타고 날아올라 해를 빛내고 등뒤로

            푸른 하늘을 어루만지면서 당장에 벗어나,하루종일 실낱만큼의
            장애와 막힘도 없었습니다.칠통팔달하여 말아들이고 펴며 사로잡
            고 놓아주면서 성인의 지위에도 오히려 머무르려 하지 않았는데

            어찌 범부의 부류에 처하려 하였겠습니까.가슴은 텅 비어 지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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