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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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59
냄새와 땀이 밴 장삼을 벗어 버린 것 같았다”고 하였습니다.
임제스님은 황벽스님에게 세 차례 매맞고 대우(大愚)스님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저에게 허물이 있습니까,허물이 없습니까?”
대우스님이 말하였습니다.
“황벽스님이 이처럼 노파심이 간절하였는데,너는 다시 와서
허물을 찾고 있느냐.”
이 말끝에 임제스님은 활짝 깨닫고 자기도 모르는 결에 말하였
습니다.
“원래 황벽의 불법도 몇 푼 어치 안 되는구먼!”
이 두 어른은 총림에서 걸출한 분들로,모두 몽둥이 끝에서 크
게 깨달아 뒤에까지 이 종풍을 크게 떨쳐 세상의 사다리와 배가
되었습니다.참선하는 사람들은 잘 돌이켜보아야 합니다.어찌 그
들이 거칠고 천박했겠습니까.그런데 요즈음 어떤 사람은 말하기
를 “주장자로 사람을 제접하는 것은 모두 경계[機境]에 떨어진 것
이다”고 합니다.반드시 심성을 참구하여 요달하고 나서 지극히
묘한 이치를 철저히 논할 것이니,어느 때이고 바늘과 실처럼 면
면밀밀해야 바야흐로 세밀한 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저 일대장교인 5교 3종(五敎三宗)은 은밀한 곳,지극히
진실한 실제의 경지를 분석해 드러내며 부처 지위의 이치를 꿰뚫
었으니,어찌 조사서래의를 빌림이 세밀함이 되지 않겠습니까.그
러나 법이 오래 흐르다 보니 이견(異見)이 많이 나오고 참된 가르
침을 전해 받지 못하여 제호(醍醐)를 가지고 독약을 만들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이것이 어찌 덕산․설봉․황벽․임제의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