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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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촉중(蜀中)의 축봉장로(鷲峰長老)에게 드리는 글
다자탑 앞에서 일찍이 법좌를 반으로 나누었고,총령(葱嶺)의
서쪽 언덕에서 한 짝 신을 홀로 들고 갔으며,임제스님은 눈먼 나
귀로 혜연(慧然)스님에게 명하였고,협교(夾嶠:善會)스님은 청산
(靑山)때문에 낙포(洛浦)스님에게 맡겼습니다.비록 근원이 나뉘
고 유파가 갈렸으나,요컨대 한 맥이 조계로부터 나와 큰그릇의
영리한 근기를 골라 자취를 쓸어 없애게 하였습니다.이 때문에
위로부터 용과 호랑이가 달리고 북두를 돌리고 별을 옮기듯 하면
서 번뜩이는 번개 속에서 그릇된 것을 가려내고 부싯돌 불빛 속
에서 검고 흰 것을 분간하였던 것입니다.
어리석은 놈은 문제삼지도 않고 오직 준수한 부류에게만 힘썼
을 뿐입니다.팔꿈치 뒤에 호신부적을 걸고 정수리 눈을 확철히
떠 종지와 강령을 세우고 바른 법령을 단독으로 제창하였습니다.
근원이 깊지 않으면 흐름이 멀지 못하고 공부가 쌓이지 않으면
쓰임이 오묘하지 못합니다.이 때문에 서하(西河)스님은 사자를 놀
림에 종지와 격식을 초월하려 하였고,양기스님은 따가운 밤송이
[栗棘蓬]를 삼키고,흐르는 물을 칼로 쟀습니다.선불장(選佛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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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향상 관문의 빗장을 열고자 한다면,모름지기 때로는 얼렸
다 때로는 녹였다 하면서 견고한 무쇠 척추로 이 큰 임무를 걸머
져야만 합니다.자기 자신에게는 자세하고 진실하며 다른 사람한
테는 치우침이 없어야 하니,속세의 인연에 떨어지기만 하면 바로
허물에 빠집니다.오조봉의 노스님은 고개를 좌우로 끄덕였고,백
*선불장(選佛場):부처를 뽑는 도량이라는 뜻으로서,참선당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