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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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견해로 헤아리는 것이 다하여 일시에 모두 없어져 버리
면 자연히 깨달으리라.”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나는 벌써 너에게 다 설명해 주었다.가거라.”
내 자리에 앉아서 침구하여 끝내 아무 터진 틈도 없는 도리를
요달하였습니다.그래서 방장실에 들어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어
지럽게 말씀드렸더니,“무슨 횡설수설이냐”고 나무라셨습니다.즉
시 마음속으로 복종하였는데 참으로 눈 밝은 사람이 나의 가슴속
일을 꿰뚫어 보았던 것입니다.그러나 끝내 깨치지는 못하고 이윽
고 산을 내려와 2년쯤 지나 돌아가서 비로소 “소옥(小玉)아!하고
자주 부른 것은 원래 딴 일이 아니라……”*한 구절에서 통 밑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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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이 빠진 듯하여 전에 보여주신 것이 참다운 약석(藥石)이었음을
비로소 엿보게 되었습니다.이리하여 미혹했을 때는 깨닫지 못했
던 것을,바야흐로 진실타당한 그 당처를 알게 되었습니다.양수
(良遂)스님이 “여러분이 아는 것은 내가 모조리 알지만 내가 아는
것은 여러분이 모른다”하신 말씀과 같다고나 할까요.참으로 진
실하신 말씀입니다!
설봉(雪峰)스님이 덕산(德山)스님에게 “위로부터 내려오는 종승
(宗乘)의 일이 저에게도 해당하는지요?”하고 묻자 덕산스님은 주
장자로 때리면서,“뭐라고 지껄이느냐?”고 하였습니다.
설봉스님은 후에 “나는 덕산스님에게 매를 맞고 천겹 만겹 살
*소옥성(小玉聲):소옥(小玉)은 당 현종의 비였던 양귀비의 몸종.양귀비는 궁궐담
밖에서 듣고 있을 애인에게 자기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일도 없이 몸종의 이름을
불러댔다.입 밖으로 엉뚱하게 나온 ‘소옥(小玉)’이라는 소리와 양귀비 마음속의
‘님소식을 전함’을 선문(禪門)에서는 ‘언어문자’와 ‘마음’에 빗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