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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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63
옛날을 모두 감싸고 풀 한 줄기 집어서 장육금신(丈六金身)을 만
들고 장육금신을 집어서 한 줄기의 풀을 만들기도 합니다.그렇기
는 하나 애초에 낫고 못하고,취하고 버림이 없어 오직 활발하고
우뚝하게 기연에 응할 뿐입니다.어떤 때는 사람은 빼앗아도 경계
는 빼앗지 않으며[奪人不奪境],어떤 때는 경계는 빼앗아도 사람
은 빼앗지 않으며[奪境不奪人],어떤 때는 사람과 경계를 함께 빼
앗기도 빼앗지 않기도 하면서[人境俱奪俱不奪]형식과 종지를 초
월하여 완전히 말쑥한 경지를 이룬 것입니다.
어찌 사람을 가두며 사람을 덮고 옮기며 치닫게 하는 것만을
귀하게 여긴 것이겠습니까.무엇보다 참된 자리에 당하여 기댐이
없는 무위무사(無爲無事)의 큰 해탈로서 각각의 본분사를 밝게 보
였던 것입니다.때문에 옛사람은 티끌바람에 풀 끝이 움직이면 그
에 앞서 알아차리고 털끝이 나오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잘라 버
렸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나 반개도 얻지 못했는데,어
찌 피차 어리석음 속에서 서로 뒹굴고 끌고 당기며 선문답을 두
고 이리저리 따지고 가려서 격식을 만들어 사람들을 매몰시켜서
야 되겠습니까.이는 눈을 뜨고 침상에 오줌 싸는 격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저 눈 밝은 사람은 결코 이런 틀에 박힌 짓은 하
지 않습니다.
대장부의 의기(意氣)로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함에는 모름지기
임제스님의 근본 종지를 올바르게 이어,할 한마디 몽둥이 한 대,
한 기틀 한 경계에서 분명히 해결해야만 합니다.듣지도 못하였습
니까.“취모검을 쓰고 나서는 재빨리 다시 갈아 두라”고 했던 말
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