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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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겠습니까.속담에,“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샘에 이르지 못
한다”고 하였습니다.
노조(魯祖)스님은 납자들을 보면 그저 면벽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남전(南泉)스님은 말하기를,“나는 어떤 때는 말하기
를 ‘부모가 낳아 주기 이전에서 참구해 낸다 해도 오히려 아무것
도 얻질 못한다’고 했는데,이렇게 해 가지고는 나귀해가 되도록
참구해도 기약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두 어른들은 자취를 함께하고 눈썹을 나란히 한 분으로,있
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는데 무엇 때문에 굳이 이처럼 말하였을
까요?노조스님의 방법을 알아냈습니까?알아냈다면 남전스님 보
기를 물이 물로 들어가듯 하겠지만 모른다면 노조스님을 잘못 알
고 남전스님을 그릇되게 집착하여 빙글빙글 그저 말로 드러낸 주
장을 쫓기만 할 뿐 어찌해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석공(石鞏)스님은 활을 당겨 화살을 쏘았고,비마(秘魔)스님은
나무집게를 들어 사람을 시험하였으며,구지(俱胝)스님은 한 손가
락을 치켜 세웠고,무업(無業)스님은 “망상 피우지 말라”고 했습니
다.화산(禾山)스님은 “북 칠 줄 안다”고 하였고,설봉(雪峰)스님은
나무공을 굴렸으며,조주(趙州)스님은 “차나 마시게”하였고,현사
(玄沙)스님은 “빗나갔군”하였는데,불법에 어찌 이런 것들이 있겠
습니까.
만약 낱낱이 방편을 지어 합당한 말을 한다면 만겁 천생토록
윤회한다 해도 꿈에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그러나 만약 진실하게
조계의 올바른 길을 밟았다면 앉아서 성패를 구경하고 이 한 무
리의 허물을 엿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