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67
원오심요 上 67
보다도 일곱 번 뚫고 여덟 번 거듭 뚫어서 어느 모로도 의심 없는
안온한 데 도달하여,대기대용(大機大用)의 경지를 얻어야만 한다.
이 공부는 바로 은밀한 작용 가운데 있다.매일 만 가지 인연이
엇갈리고 세속의 번뇌가 어지럽게 일어나 맞고 거슬리고 얻고 잃
는 등의 경계가 즐비한 속에 출몰하면서도,그것들에 굴림을 당하
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굴려서,활발하여 물을 뿌려도 적셔지지
않는 경지라야 이것이 바로 자기의 역량인 것이다.나아가 고요하
고 텅 비어 응연(凝然)한 데 이르러서도 다른 것이 아니다.내지는
기묘한 말이나 험하고 빼어난 기연과 경계까지도 한결같이 공평
할 뿐 전혀 득실이 없으면,모두 나의 쓰임이 되는 것이다.이와
같이 오래 갈고 닦으면 생사의 순간에 훌쩍 벗어나,세간의 부질
없는 명예와 이익을 마치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처럼 보고,또 꿈
과 허깨비와 헛꽃처럼 여겨서,아무 힘 들이지 않고 세상을 건너
는 것이니,어찌 티끌세계를 벗어난 큰 아라한이 아니겠느냐!
골좌(骨剉)스님은 평생토록 누가 묻기만 하면 “뼈를 잘라라[骨
剉]”라고 대답을 했는데 마치 무쇠탄알과 같아,참으로 긴요하고
초준하다 하겠다.이를 잘 참구한다면 참으로 조사 문하의 사자라
하리라.
혜충국사(慧忠國師)가 본정선사(本淨禪師)에게 물었다.
“그대는 일체의 미묘한 법문을 볼 때 어떠한가?”
“ 한 생각도 좋아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 바로 이것이 너의 집안일로,참구하는 자가 여기에 도달해야
말끔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속지 않는 자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