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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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71
한다.숨으면 숨을수록 숨겨지지가 않아 모든 성인과 천룡이 그를
사람들에게 밀쳐내리라.그런데 하물며 세월에 묻혀 단련하고 탁
마하며 기다리니,마치 종소리가 치는 대로 울리듯,골짜기에 메
아리 울리듯,대장장이의 천만 번 풀무질과 달굼질 속에서 나온
진금이 만세토록 변치 않듯,만 년이 일념인 경지야 말해 무엇 하
랴.그렇게 되면 향상의 본분소식은 손아귀 속에 있어 바람이 부
는 대로 풀이 쓰러지듯 하리니,참으로 여유작작하지 않겠는가.
이 글을 부옹(장무진)에게 보여주어 증명을 삼겠다.수행에는
오래도록 변치 않음이 중요하다.
20.온초감사(蘊初監寺)에게 주는 글(蘇州 明因寺에 머무르다)
그대에게 한마디라도 해주면 벌써 더러운 물을 사람에게 끼얹
는 셈이니,더구나 눈을 깜짝이고 눈썹을 드날리며 선상을 치고
불자를 세우며 “이 무엇이냐”고 묻고 할을 하고 방망이질을 하는
것 등의 이 모두는,평지에 쌓인 뼈무더기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
다.그런데 좋고 나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 부처와 법과 선과
도를 물으면서 자기를 위해 달라 하고 지도해 주기를 빌며,향상
이니 향하니 하는 불법의 지견,말씀이나 도리를 구하니,이 역시
진흙 속에서 흙을 씻고 흙 속에서 진흙을 씻는 격이어서,어느 때
에 말쑥히 벗어난 경지에 이르겠느냐.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듣고는 문득 속으로 따지기를,“나는
알아 버렸다.불법은 본래 아무 일 없는 것으로서 누구나 다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