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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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종일토록 밥 먹고 옷 입는 데 무엇이 조금이라도 부족하였
            던가?”라고 하면서,문득 하릴없는 일상의 경계 속에 안주해 버린

            다.이야말로 ‘이러한 일’이 있는 줄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그러
            므로 본분 속의 사람이라야만 위로부터의 종승본분(宗乘本分)을
            알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만일 실제로 깨달아 들어간 곳이 있다면 일어났는지 자빠졌는
            지를 식별하고,나아갈지 물러날지를 알며,허물 쉴 줄을 알고 번
            뇌를 떠난다.나날이 가까워지며 더욱 좋은 쪽으로 변해 가되 소

            굴을 지키지 않고 올가미에서 벗어 나와 천하 늙은이의 혀끝을
            의심치 않는다.생철(生鐵)을 단련하듯 노력 수행하면서 공양한 뒤
            에야 다함없는 법등을 태우고 끊임없는 도를 실천한다.몸과 목숨

            을 버리면서 뭇 생령을 건져내 그들 각자가 속박의 굴레를 벗어
            나 집착의 결박을 버리게 한다.

               그러면 부처나 조사에 집착했던 병이 모두 치유되고 해탈의 깊
            은 구덩이에서 이미 벗어나서 함이 없고 하릴없는 쾌활한 도인이
            되리라.

               그러나 자신을 제도하고 나면 모름지기 행원(行願)을 버리지
            말고 모두를 제도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괴로움과 수고로움을 참

            고 견디면서 살바야해(薩婆若海)에서 배가 되어야만 비로소 조금
            이나마 상응함이 있으리라.
               바싹 메마른 사람이나 노주등롱(露柱燈籠)*이 되지 않도록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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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 한다.정갈스런 공[毬]처럼 되어 자신의 일만 마친다면 무슨
            일을 이루랴.이 때문에 옛 스님은 반드시 사람들에게 한 가닥 길

            *노주등롱(露柱燈籠):법당 앞의 큰 돌기둥과 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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