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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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원융한 법계를 널리 다 포섭한다.보신불과 화신불의 머리에
            앉아,앉고 눕고 나타나고 숨으면서 변행삼매(徧行三昧)를 초연히

            증득하나니,무엇 때문에 굳이 각성(覺城)의 동쪽 누각(樓閣)문전
            과 웅이산(態耳山)과 조계의 근원에서 승당입실(陞堂入室)*한 뒤에
                                                                 20)
            라야만 친히 전수하고 증득한다고 할 수 있느냐.

               혜초(惠超)스님이 묻기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자 법안스
            님이 “그대가 혜초이다”하였는데,혜초스님은 여기서 깨달았다.
            이것을 두고 이른바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당(唐)나라의 옛 스님인 영선사(英禪師)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
            을 때였다.밭일을 하느라 망치로 흙덩이를 부수다가 큰 흙덩이

            하나를 보고 장난 삼아 힘껏 후려쳤더니,곧바로 폭삭 부서졌다.
            그러자 홀연히 크게 깨닫고,이로부터 은현 자재하여 남들이 헤아

            리지 못하게 되었고,자못 신이(神異)함을 나타냈다.
               한 노스님이 이 이야기를 가지고 말하기를 “산하대지를 이 스
            님이 한 번 후려치자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부처님께 공양하는

            데 반드시 많은 향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하였으니,참으로
            진실한 말씀이다.










            *승당입실(陞堂入室):승당은 마주 오름,입실은 방에 들어옴.승당은 어느 정도까
              지 올랐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고 입실은 깊숙한 곳을 깨쳤다는 인가를 받은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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