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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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로 딱 들어맞을 바탕이 있었던 것인가?아니면 바로 그 사람
            이 빈틈없이 가만히 운용하다가 스승의 문호를 빌려 발휘한 것이

            었던가?이처럼 어려운 일을 어찌 그리 초준하게 끊어서 그리 쉽
            게 증득했을까?옛사람이 겨자씨를 굴려 바늘을 맞춘다는 비유를
            하였는데,진실로 헛말이 아니다.

               마음을 믿어서 다다르고 성품을 확연히 보면 날로 씀에 실낱만
            큼도 빈틈이 없다.세간법 모두가 그대로 불법이며 불법 모두가
            그대로 세간법이니 평등하고 한결같다.어찌 말할 땐 있다가 말하

            지 않을 땐 없으며,생각할 땐 있다가 생각하지 않을 땐 없으랴.
            이와 같다면 바로 망상과 알음알이 속에 있는 것이니,어찌 철저
            하게 깨친 것이겠는가!

               생각생각 마음마음,빠짐없이 관조해야 한다.세간법과 불법이
            전혀 간격이 없으면 자연히 순수하게 익어 어디에서나 근원을 만

            나리라.질문이 있으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고 질문이 없으면 담
            연하여 항상 고요하니,이 어찌 실제로 생사를 투철히 벗어나는
            요점이 아니랴.

               최후의 한 구절[末後句]을 모두 꿰뚫고 난다면,말 있음과 말없
            음,향상과 향하,방편과 진실,조(照)와 용(用),오므림과 폄,줌과

            빼앗음에 간파하는 일이 필요치 않다.조주스님의 이 본분소식을
            뉘라서 알랴.모름지기 우리 본분가풍의 자손이라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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