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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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87
기요(機要)가 아니랴!
단도직입하여 요점을 깨닫는 데 현성공안(現成公案)을 사용할
뿐이다.널리 작위(作爲)하면서 밤낮으로 십자로에서 어묵동정과
전체의 움직임을 일시에 간파하여 애초부터 가려 나가니,참으로
통쾌하도다.
이 일이 만일 말속에 있다면 합당한 한마디 말이 고정불변의
것이 되고 만다.그러나 천 마디 만 마디를 말한들 결국 끝이 없
음을 어찌하랴.그러므로 이 일이 말속에 있지 않고 다만 말을 빌
려 이 일을 드러내려 할 뿐임을 알라.영리한 자라면 당장에 이
뜻을 체득하여 말을 초월하여 철저히 증득할 것이다.
그리하여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경지,그것에서 한 구절을 가
지고 백천 구절로 만들어 쓰게 하며,백천 구절을 가지고 한 구절
로 만들어 쓰게 한다.그러니 ‘마음 그대로가 부처다’,‘마음도 아
니고 부처도 아니다’,‘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
다’,나아가서는 ‘마음은 부처가 아니고 지혜는 도가 아니다’는 것
과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한낮에 삼경(三更)의 종을 친다’,‘후
원에서 나귀가 풀을 먹는다’,‘북두성 속에 몸을 숨긴다’하는 말
들이 모두 하나로 관통해 있음을 어찌 의심하랴!엄양존자(嚴陽尊
者)가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땐 어찌합니까?”
“ 놓아버리게.”
“ 저는 한 물건도 가져오질 않았는데 무엇을 놓아버리라 하시는
지 잘 모르겠군요.”
“ 보아 하니,아직 놓아버리질 못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