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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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93


               28.찬상인(璨上人)에게 주는 글



               머무를 것 없는 근본에 의지하여 일체 법은 건립하나니,머무
            름 없는 근본은 머무름 없는 데 근본한다.이를 투철하게 깨치면
            만법이 한결같아 털끝만큼의 머무르는 모양[住相]도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금 드러난 행위 그대로가 모두 머무름 없음이다.
            근본이 이미 밝혀졌다면 이것은 마치 사람에게 눈이 있어 햇빛이

            밝게 비추면 갖가지 물건을 보는 것과도 같으니,이 어찌 반야의
            문빗장이 아니랴!
               영가(永嘉)스님은 “그 자리[當處]를 떠나지 않고 항상 담연하

            다”하였으니,이보다 더 가까운 말은 없으리라.“찾은즉 그대를
            아나,보지는 못하도다”고 했는데,담연한 당처에서 2변을 눌러앉
            아서 평온해야지 알음알이를 내서 찾으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찾았다 하면 마치 그림자를 잡은 것과도 같느니라.
               “만법과도 짝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하였는데,
            마음의 광채를 돌이켜 스스로 비추어 보라.“그대가 한입에 서강

            (西江)의 물을 모두 마시면 그때 가서 너에게 말해 주리라”하였
            는데,팔각의 맷돌이 허공에서 구르듯 하였다.이를 참구해 꿰뚫

            으면 눈앞에서 평지가 푹 꺼져서,시작을 알 수 없는 망상이 말끔
            히 없어지리라.
               덕산스님이 강 건너에서 부채로 부르자 문득 알아차린 사람이

            있었고,조과(鳥窠)스님이 실올 하나를 뽑아서 훅 불자 깨달은 사
            람도 있었다.이러한 큰 인연들은 시절이 이르자 뿌리에서 싹이

            스스로 튼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그렇지 않으면 기틀과 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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