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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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91
계 사물 위에서 알음알이를 내어 알려 한다면 너절한 쓰레기 포
대 속에 빠져서 끄집어내려 해도 끝내 어쩔 수 없는 꼴이 되고 만
다.이처럼 생각도 잊고 비춤이 끊긴 것이 진제(眞諦)의 경계라 하
겠다.
거친 밭에서 가리지 않고 손 가는 대로 집어 오니 밝고 밝은
풀 끝마다 그대로가 분명한 조사의 뜻이다.하물며 푸른 대나무와
탐스런 누런 국화와 장벽․기와부스러기 등이 무정설법을 하고,
물새가 숲에서 고(苦)․공(空)․무아(無我)를 연설하는 경우야 말
해서 무엇 하겠느냐.이는 하나의 실제에 의거하여 인연 없는 자
비를 드러내며,고요한 큰 보배 광명에서 함이 없는 빼어난 힘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장경(長慶)스님은 말하기를,“도반과 만나 어깨를 스치고 지나
는 사이에 일생 참학(參學)하는 일을 모두 끝냈다”라고 하였다.
남탑(南塔)스님은 말하기를,“내가 한 조각 나뭇잎을 가지고 성
곽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앙산(仰山)한 무더기를 옮겨 버린 것이
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향엄(香嚴)스님의 ‘대 부딪치는 소리’와 영운(靈雲)스
님의 ‘복사꽃을 보았던 일’과 자복(資福)스님의 ‘찰간대’와 도오(道
悟)스님의 ‘신령한 주장자’와 대앙(大仰:앙산)스님의 ‘가래를 꽂은
것’과 지장(地藏)스님의 ‘씨뿌린 것’이 모두 다 금강의 진정한 모
습을 드러낸 것이니,당자로 하여금 한 걸음도 떼지 않고 크게 해
탈한 참 선지식을 참례하고 말없는 교화를 시행하여 걸림 없는
변재를 얻게 한다.
그리하여 삼라만상의 모든 사물 위에서 긴 시간 두루 참례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