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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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찬상인(璨上人)에게 주는 글
달마스님은 서쪽에서 와서 문자나 말을 세우지 않고 오직 사람
의 마음을 그대로 가리켰을 뿐이다.‘그대로 가리킴’을 논한다면,
모든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으며 무명(無明)의 껍데기 속에서
전체로 감응하여 나타나며,위로부터의 모든 성인과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다.이른바 천진(天眞)한 자성은 본래 청정하고 밝고 오
묘하여,10허(十虛)를 머금기도 하고 토해내기도 하며 6근(六根)과
6진(六塵)을 오롯이 벗어났다고 한 것이다.
이 한 뙈기의 심전지(心田地)는 생각을 여의고 알음알이를 끊
어 일상적인 격식을 아득히 초월하였으니,큰 근기와 큰 지혜 있
는 이는 본분의 역량으로 곧장 자신의 근본자리로 나아가서 알아
차린다.마치 만 길 절벽에서 손을 놓아 몸뚱이를 버리고도 다시
는 돌아보지 않듯 하여,지견(知見)과 알음알이의 장애를 밑바닥까
지 엎어 버리고 완전히 죽은 사람처럼 이미 기식이 끊겨 버렸다.
본 바탕에 도달하여 크게 쉬게 되면 입․코․눈․귀가 애초에
서로 알지 못하며,알음알이[識見]와 생각[情想]도 모두 도달하지
못한다.그런 뒤에 꺼진 불,찬 재와 두두물물 위에서 밝히며,마
른나무 썩은 그루터기 사이에서 사물마다 비춘다.이리하여 아득
하고 높은 데 계합하면 다시는 결코 마음을 찾거나 부처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착착 들어맞아 원래 밖에서 얻은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깨달았다는 백천 가지의 사례가 바로 이것일 뿐이니
마음으로 다시 마음 찾을 필요가 없다.무엇 때문에 부처가 다시
부처를 찾느라고 수고하겠느냐.혹시 말 위에서 격식을 짓거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