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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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95


               29.영부사(寧副寺)에게 주는 글



               옛사람은 이 큰 인연만을 위하였으니 스승과 제자가 서로 만나
            면 언제나 이것으로 일깨워 주었고,나아가 밥 먹고 잠자고 한가
            한 때라도 여기에다 생각을 두지 않은 적이 없었다.그러므로 한

            마디 한마디와 주장자를 치고 할을 하고 눈을 깜짝이고 눈썹을
            치켜세우고 손을 들고 발을 움직임이 다 기연에 투합하였다.이는

            정성스런 마음을 오로지 하여 허다한 나쁜 지견에 물들지 않고
            똑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는 듯하였다.요즈음의 형
            제들은 근성이 약간 둔한 데다가 잡다하기까지 하다.비록 선지식

            을 찾아뵙고 참구하여 오래 훈습하면서도 오히려 마음속에 유예
            를 두어 한번에 철저히 깨닫지 못한 것은,그 병통이 순일하게 오
            래하지 못한 데 있다.

               만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자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애써 도를 닦으면 옛사람만 못할까봐 근심할 필요가 없으리라.




               30.상선인(詳禪人)에게 주는 글



               뜻을 세워 도에 힘쓰는 인재라면 하루종일 스스로 관조하고 스

            스로 알아서 오직 여기에만 생각을 두어야 한다.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 있는 한 덩어리 큰 인연은 성인이라 해서 더 늘지도 않고
            범부라고 해서 줄지도 않아 6근과 6진을 홀로 벗어나 아득히 사

            물 밖으로 초월한 줄을 알아라.그것이 작용할 때는 언제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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