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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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양존자는 그 말끝에 크게 깨달았다.
               그 후 황룡(黃龍)스님이 이렇게 송(頌)하였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음이여!
                 양 어깨에 걸머지고 일어나질 못하는도다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나니
                 말끝에 잘못을 단박 안다 해도
                 뒷걸음질에 깊은 구덩이로 떨어지리라

                 가난한 사람 보배 얻은 듯
                 독악(毒惡)을 잊어 마음속에 전혀 두지 않으면
                 뱀과 호랑이를 친구 삼고
                 이류(異類)를 평등하게 생각하네

                 쓸쓸한 천백 년에
                 맑은 바람 아직 그치질 않는구나
                 놓아버리게.
                 一物不將來
                 兩肩擔不起

                 明眼人難謾
                 言下忽知非
                 退步墮深坑
                 心中無限喜如貧得寶

                 毒惡旣忘懷沒交涉
                 蛇虎爲知已異類等解
                 寥寥千百年淸風猶未已
                 放下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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