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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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피어오르고 바람이 휘몰아치듯 사람의 간담을 쏟아내고 사람
            의 심목(心目)을 비춰 보아야만 본분의 씨앗이라 할 만합니다.

               그 때문에 유마대사는 마왕의 큰 집회에서 수능엄정(首楞嚴定)
            을 나타내고,마군의 세계에서 저 문수․보현․금색두타 등과 더
            불어 물들지 않는 보살의 짝이 되었습니다.이들은 모두 무리 가

            운데서 빼어나,하루아침에 꽃을 들 때 가만히 전수받았으니 어찌
            보통 일이라 하겠습니까.
               달마가 서쪽에서 오자 신광(神光)이 홀연히 깨닫는 데 이르러

            서는 이로부터 기량을 잴 수 없는 큰 인물들이 나와 특출하고 정
            밀하게 통달하였습니다.눈을 깜짝이고 눈썹을 드날리는 동작과
            말하고 침묵함,펴고 말아 들임과 놓고 잡음,주고 빼앗는 등의

            작용을 나타내는 가운데 긴 시간 동안의 자기 생각을 등한히 노
            출하지 않으면서 우뚝이 움쩍하지도 않았을 뿐입니다.도대체 아

            무것도 모르는 사람 같으나 막상 부딪치면 무리를 놀라게 하고
            대중을 동요케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긴 해도 그 지극한 도리를 따져 보면 애초에 이런 일들이

            란 없고,당장에 현묘한 도리를 밝혀서 일체가 무심일 뿐입니다.
               만일 배움과 알음알이를 버리고 놓아버려 한가할 수 있다면 성

            스러운 진리라도 굳이 할 것이 없습니다.또한 위로부터 내려오는
            강종(綱宗)에 자연히 계합하여,바로 이 선불장(選佛場)에 들어가
            서,아직 제도받지 못한 중생을 제도하고 아직 교화하지 못한 사

            람을 교화하니,인간 세상에 재림하여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않
            는,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배움이 끊긴 사람으로서 격식을 넘어
            선 진정한 도인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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