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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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숴 버리고 눈동자를 굴리며 머뭇거리지 않고 한번에 꿰뚫는데,
            다시 무슨 부처님 말씀이니 부처님 마음이니를 말하겠느냐.

               이처럼 하여 그와 같을 수 있다면 설사 모든 불조가 몸소 땅을
            흔들고 빛을 놓으며,구름처럼 비처럼 방과 할을 행하여 우레가
            달리고 번개가 치듯 한다 해도,그 뜨거운 열을 조금도 받을 필요

            가 없다.무심하여 범부에 들지도 않고 성인도 관여하질 않는데
            다시 무엇을 생사․보리․열반․번뇌라 하겠느냐.주리면 밥 먹
            고 피곤하면 잠자는 것이 제일이니,이것이 점점 저 집안의 씨앗

            [種草]과 같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지장(地藏)은 이렇게 말하였다.“너희들 남방의 불법이
            굉장하긴 하나,어찌 내가 밭에 씨 뿌리고 주먹밥 먹는 것만 하

            랴”하였으니,온전히 이로써 일 삼아서 철저하게 일없는 데 이르
            면,마치 한 타래 실을 한번에 자르면 다 잘리듯 하는 것이다.세

            계를 꽉 붙들어 실낱만큼도 새나가지 않게 하면 모든 견해가 나
            지 않아 번뇌가 전혀 없다.이렇게 하면서 오랜 세월을 두고 움직
            이거나 물러나지 않으면 이를 바탕으로 자연히 해 마치게 된다.

               향림(香林)은 40년 만에야 한 덩어리를 이루었고,위산(潙山)은
            30년을 한 마리 물소를 길렀다.이미 이러한 뜻을 세웠으면 오래

            도록 깊숙이 해야만 갚기 어려운 큰 은혜를 보답해 낼 수 있으니,
            이래야만 진정으로 출가 해탈한 납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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