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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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43


               63.단하불지유선사(丹霞佛智裕禪師)에게 드리는 글



               조사의 종풍은 걸음걸이가 활달하고 원대하여 교승(敎乘)을 아
            득히 벗어나 정인(正印)만을 단독으로 제창하였습니다.영산회상에
            서 잠시 들어 보이자 음광(飮光:가섭)이 미소하며 알아차렸고,용

            맹(龍猛)이 원상(圓相)을 보이자 제바(提婆)가 가운데를 맞추었습니
            다.또 소림에서 마음을 찾자 이조(二祖)가 훌쩍 깨달았고,노행자

            (盧行者:6조)가 게송을 읊자 대만(大滿:5조)이 의발(衣鉢)을 부촉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이를 가만히 전수했다고 합니다만,그 단서를

            따져 본다면 낭패입니다.어찌 지극히 오묘하고 심오한 종지로 나
            아감이 이 정도에 그치겠습니까.요컨대 모름지기 높은 하늘과 같
            고 두터운 땅과 같으며,고요한 바다와 같고 넓은 허공과 같다 해

            도 비슷하지도 못합니다.
               한량을 넘어 크게 해탈한 사람이 천지를 굴리고,바닷물을 다
            마셔서 말라붙게 하고 허공을 소리쳐 흩어 버리며,가없는 향수해

            (香水海)의 부당왕찰(浮幢王刹)밖에서 대기대용을 떨쳐 보이며,
            마군 외도의 견해를 자르고 불조의 교화방편을 끊으며,염(拈)하여

            제창할 수도 없고 제시할 수도 없는 심오함을 게양해 보인다 해
            도,아직은 정확한 법칙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믿기 바랍니다.
               설봉은 오산(鼇山)에서 도를 얻고,운암(雲巖)은 시종 있다는 것

            을 몰랐다 하는데,이는 희론일 뿐입니다.모름지기 심장․간장을
            생철로 만들어 살인을 하고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을 솜씨라야만

            풍규(風規)를 약간 드러내 보이게 되며,혜명(慧命)을 무궁토록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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