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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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51


               “건곤대지에 털끝만큼의 허물과 근심이 없다 해도 사물에 굴림
            을 당하는 것이며,한 물색도 보지 않아야만 비로소 반쯤 지닌 것

            이다.당장에 그렇다 해도 다시 온전히 지닌 경계가 있음을 알아
            야 하리라”고.
               그 때문에 덕산의 방과 임제의 할은 모두가 철저하게 무생인

            (無生忍)을 증득하여 철두철미하게 융통자재하였고,대용이 현전하
            는 곳에 이르러서는 능숙하게 출몰하였습니다.이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불법을 걸머지게 하려 한 의도에서였고,나아가 물러나

            서 문수․보현 같은 대인의 경계를 지킨 것이었습니다.
               암두는 말하기를 “저들 체득한 사람들은 한가한 경지만을 지킬
            뿐이니,하루종일 욕구도 의지함도 없이 자연히 모든 삼매를 초월

            한다”하였고,덕산도 말하기를 “그대는 마음에 일삼을 바가 없도
            록만 하라.마음에 일이 없으면 텅 비어 신령하고 고요하면서 관

            조한다.가령 털끝만큼이라도 본말을 말하는 자는 모두가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이미 자명하다면 이제는 반드시 실천하여야 합니다.그

            저 물러나기만 하면 되니,물러날수록 더욱 밝아지며,모를수록
            더욱 역량이 생깁니다.딴 생각이 일어났다 하면 헤아리는 마음이

            생기니,매섭게 스스로 끊어 버려 이어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혜 관조가 환하여 걸음마다 실제를 밟게 되니,거기에
            어찌 높고 낮음,사랑과 미움,맞고 안 맞고가 있어서 가리고 택

            하고 하겠습니까.무명의 습기가 일어나는 대로 녹여서 오래오래
            되면 저절로 사람을 시끄럽게 할 능력이 없어집니다.
               옛사람은 이를 소치는 일에 비유하였는데 참으로 그렇다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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