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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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장지만조봉(張持滿朝奉)에게 드리는 글
저는 협산(峽山)에서 나와 눌당(訥堂)에 머무르는 동안 오직 여
기에만 마음을 두었고,따르는 무리들도 대부분은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이타(利他)그대로가 자리(自利)였습니다.
요컨대 근본에 분명히 사무치려면 이치 자리가 지극히 정밀하
여 순일무잡해야 합니다.시비가 생겼다 하면 어지러이 마음을 잃
습니다.
조사의 정맥(正脈)을 밟는 이라면 하늘 사람들이 꽃을 바치려
해도 길이 없고,마군 외도가 가만히 엿보려 해도 보이지 않습니
다.깊고 깊이 바다 밑을 가고,높고 높이 봉우리의 정상에 서야
만 합니다.뭇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니,이를 ‘평상심’이라
하며 본원천진의 자성이라 하는 것입니다.천만 사람 가운데 섞여
있다 해도 한 사람도 없는 것과 같으니,이를 어찌 거칠게 들뜬
식상(識想)이나 날카롭고 총명한 지혜로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제게 깨우쳐 주시기를,“빈틈없이 면밀하여 고요하면서도 동시
에 관조한다.세월이 오래 가면 한 덩어리를 이루는데,그럴수록
근본은 더욱 견고하여 면밀하게 작용한다”라고 하였는데,진실로
여기에서 벗어남이 없습니다.
응당 그 자리에 그대로가 진실이라면 상대방과 나,멀고 가까
움이 부딪치는 곳마다 모두가 그것입니다.진진찰찰이 모두가 자
기의 대원경(大圓鏡)가운데 있어 면밀해지면 면밀해질수록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그러므로 운문스님은 이렇게 말하였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