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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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47


                 소사관찰(紹使觀察)인 양무구(楊無咎)공은 식견이 높고 박학
               다재한 분이다.더욱이 조사의 도에 조예가 깊어 지혜와 근기가
               밝고 민첩하므로 거량하기 전에 먼저 알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꿰뚫는다.도읍 아래 있을 때 매일 만나 뵐 수 있었는데 이제

               황제의 명을 따르는 중 선무사(宣撫司)를 시켜 금관(錦官)에서
               거듭 만나게 되었다.특별히 도를 굽히고 내려오셔서 다시 언어
               문자를 찾기에 나는 이 변변찮은 글을 꺼내 놓는다.




               66.성도(成都)의 뇌공열거사(雷公悅居士)에게 드리는 글



               이제 본심을 확연히 비춰 본다면 원융하여 가없는 것인데,
            성․색 등 모든 경계가 어떻게 마주할 수 있겠습니까.아득히 홀

            로 벗어나서 텅 비고 고요하며 밝고 오묘합니다.
               모름지기 철저하게 잡아 지니고자 할진댄,들뜨거나 천박해서
            는 안 됩니다.그렇게만 하면 당장에 위없이 높고 끝없이 넓으며,

            깨끗하고 원만하여 번뇌도 없고 작위도 없습니다.모든 성인이 이
            를 의지하여 근본을 지으며,만유가 이로 말미암아 건립됩니다.

               응당 단박에 빛을 돌이켜 스스로 관조해야 합니다.그리하여
            형체를 끊고,분명하고 완전하게 증득하여 천변만화에 조금도 변
            함이 없으면 이를 ‘금강왕’이라 하며,‘법신을 뚫었다’합니다.

               밥 먹는 사이에 행주좌와 무엇을 하든 간에 훤히 사무쳐서 사
            물마다 전혀 간격이 없습니다.이것을 두고 자기 마음을 하얗게

            드러내고 깨끗하게 오롯이 밝혔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무조건 지키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지키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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