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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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니다.이는 이른바 “사람을 오래도록 길러냄이 필요할 뿐이다”
            한 것입니다.단도직입적으로 깨닫는 데는 무엇보다도 아견을 잊

            는 것이 우선입니다.그리하여 텅 비어 고요하고 편안하여,마음
            대로 날듯 하고 날듯이 마음대로 하도록 해야 합니다.일체 법에
            어느 하나 취하고 버릴 것 없고,6근마다 6진마다 때에 따라 벗은

            듯이 스스로 처해야 합니다.홀로 움직이고 홀로 관조하는데,그
            관조하는 바탕이 독립하여 상대와 내가 한결같아야 합니다.
               당장에 철저하게 뚫어 비춤마저도 설 자리가 없어야 합니다.

            마치 한 꾸러미의 실을 자를 때 한 번 잘라 한 꾸러미가 다 잘리
            듯 하면 스스로 살 궁리를 낼 줄 압니다.여기서는 부처라는 생각,
            법이라는 생각도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그렇다면 번뇌 업식

            (業識)은 저절로 빙소와해하듯 무너질 것입니다.잘 길러서 진실을
            성취해 내면 마치 어리석은 사람과도 같아서,불조의 지위에 높이

            보시려 해도 되질 않거늘,어찌 노새의 태 속이나 말의 뱃속에 들
            어가려 하겠습니까.
               조주는 말하기를,“나는 수없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으나 모조

            리 부처가 되려고 하는 놈들뿐이었고,그 가운데 무심한 놈 얻기
            란 어려웠다”하였으며,다시 “내가 남방에서 지낸 삼십 년 동안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는 제외하니,그때는 잡되게 마음을 쓴 곳
            이었다”라고 하였습니다.향림(香林)은 40년 만에야 한 덩어리를
            이루었고,용천(湧泉)은 40년을 했어도 스스로 달아났으며,남전(南

            泉)은 열여덟 번 만에야 살 궁리할 줄을 알았습니다.실로 위로부
            터 옛사람들은 누구나 이처럼 면밀하게 실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어찌 득실․장단․취사․시비의 지혜를 따질 수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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