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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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합니다.시작 없는 때로부터 한번도 끊겨 본 적이 없는,청정무
위(淸淨無爲)의 오묘하고 원만한 진심은 모든 육진과 상대하지 않
고 만법과 짝하지 않습니다.마치 천 개의 해가 영원토록 나란히
비추듯 견해를 여의고 망정을 초월하여,생사의 들뜬 허깨비를 끊
어 버렸습니다.
금강왕처럼 견고하여 요동하지 않으니,이를 “즉심즉불(卽心卽
佛)”이라 하며,다시는 밖에서 구하지 않습니다.그저 자기 성품을
요달하여 시절인연에 부응하여 불조에 계합할 뿐입니다.이렇게
하여 의심 없는 경지에 이르면 꽉 잡아 주인이 되니,이를 경절
(徑截)의 대해탈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을 탐구하려면 생사를 뚫어야 하는데,어찌 작은 인연이
겠습니까.응당 매섭고 날카롭게 진실한 마음과 지중한 신심으로
마치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 해야만 비로소 약간이나마 상응할
분(分)이 있게 됩니다.
참구하며 법을 묻는 사람들 중에는 세간의 지혜와 총명으로 말
밑천이나 도모하고 명예를 넓히려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들은 이것을 높은 뜻인 양 여기고 다른 사람보다 낫기를 힘쓰
면서 아견(我見)을 더욱 늘릴 뿐입니다.이는 마치 기름을 불에 뿌
려 그 불꽃이 더욱 타오르는 것과 같습니다.그러다가 죽는 날에
이르면 막막하고 어지러워 가는 털끝만큼의 힘도 전혀 얻지 못합
니다.이는 처음부터 정인(正因)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에도 수고
만 했지 공로가 없었던 것입니다.그래서 옛 분들은 사람들에게
열반당(涅槃堂)속의 선(禪)을 참구하도록 권하였는데,진실로 그
럴 만한 뜻이 있었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