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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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41
성을 지키지 않고 한 생각을 허망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이윽고
가없는 지견을 일으켜 모든 존재[有]에 표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서 있는 자리에 항상 이 본지풍광을 차고 있으면서 한번도 어두
운 적이 없었으나 6근과 6진에 부질없이 속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숙세의 근기를 바탕으로 모든 불조께서 단도직입적
으로 보여주신 경계를 만난다면,그대로 뒤집어서 기름때 낀 누더
기를 벗어버리고 적나라하게 되어 대뜸 깨치게 됩니다.이것은 밖
으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며 안에서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확연하게 이 성품을 분명히 깨칠 뿐인데,무슨 다시 사람
이니 부처니 마음이니 하겠습니까.마치 활활 타는 용광로 위에
한 점의 눈을 떨어뜨리는 것과도 같은데,다시 무슨 허다한 근심
이 있겠습니까.그러므로 이 종문(宗門)에서는 말이나 문자를 세우
지 않고 최상승의 근기만을 인정할 뿐입니다.마치 회오리바람처
럼 빠르고 전광석화처럼 단박에 깨쳐서 생사의 흐름을 끊고 무명
의 껍데기를 부숴 버려 조금도 의혹이 없습니다.그대로 단박에
밝혀서 하루종일 모든 외연을 굴려서 위없는 오묘한 지혜를 이루
니,어느 겨를에 시끄러움을 싫어하고 고요함을 찾으며 저것을 버
리고 이것을 취하겠습니까.
한번 진실하면 일체가 진실하며,하나를 알면 일체를 압니다.
마음의 근원에 만유를 총괄하고 세상 저 밖에서 방편의 기틀을
움켜쥐어서 사물에 응하는 대로 형체를 나타내니,나에게 법마다
원만하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우선 자기의 귀결점을
정해야만 합니다.서 있는 곳이 굳게 다져지면 자연히 바람 부는
대로 풀이 쏠리게 마련입니다.그 때문에 왕노사(王老師)는 열여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