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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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43
알겠습니다.그 때문에 이 문에 들어오는 사람은 반드시 근기가
날쌔고 영리해야만 합니다.종전의 지견과 알음알이를 빨리 버리
고 가슴속을 허허로이 말끔히 비워서 털끝만큼도 남기지 않고 환
하게 비추고 엉킨 듯 텅 비어 있어야만 합니다.언어와 생각의 길
이 끊어져 본원에 곧장 계합하고,아무것도 아무 한계도 없어야
합니다.그래서 본래부터 자기에게 있기 때문에 얻을 것조차 없는
오묘한 이치를 스스로 얻어야만 비로소 신심과 견해가 사무쳤다
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량없고 끝이 없어 헤아리기 어려운 대기대용이 있게
됩니다.혹시 약간이라도 주관․객관을 남겨 두어 경계와 인연에
떨어지면 졸지에 상응하지 못합니다.그러므로 고덕은 단박에 쉬
어라,쉬어라 했던 것입니다.‘이것’은 비유하면 마치 나는 매가
구름을 헤치고 태양을 찌르듯,또 바람을 휘몰아쳐서 푸른 허공을
등지고 날쌔게 치솟듯 그대로 솟아올라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
으니,혹 주저하면 빗나갑니다.이것으로 교 밖에 따로 전한다는
것을 미루어 알 만합니다.그러니 여기에 뜻을 두었다면 놓아버리
십시오.그 자체를 단박에 알아차려 일체가 있는 그대로 완전하
면,초조인 달마스님도 일찍이 온 적이 없고 자기도 얻을 것이 없
습니다.
11.이의보(李宜父)에게 드리는 글
이 도의 가장 중요한 첩경은 ‘한마디 말’을 벗어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