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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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사람을 가르치고 훈계하면서 오직 무심에 힘썼을 뿐이
            니,여기서는 참된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더럽고

            기대고 분별하며 헤아리고 집착하는 모든 마음이 없다는 것입니
            다.이것이 발심하여 도를 배우고 깨달아 들어가는 수행 방편의
            순서입니다.




               7.초연거사(超然居士)에게 드리는 글



               조산(曹山)스님이 오본(悟本洞山)스님을 하직하자 오본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려는가?”
               “ 변함이 없는 자리로 가렵니다.”

               그러자 다시 따져 물었습니다.
               “변함이 없는 자리인데 어찌 가는 것이 있느냐?”

               “ 가는 것도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직접 참된 자리를 밟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처럼 투철할 수 있
            었겠습니까.그러니 어찌 말과 생각[機思]으로 헤아릴 바이겠습니

            까.그것은 아마도 지극히 심오한 곳을 밟아 번뇌 없는 극치에 도
            달했기 때문이니,그런 뒤에는 가두어 둘 수 없습니다.도를 배우

            는 사람이라면 확실한 목적을 세워 몸뚱이를 벗어나 생사를 하나
            로 보고 고금을 합치며 오고 감을 끊어 버려야 합니다.
               요컨대 뛰어난 무리들과 인연을 맺어 지극히 진실하고 깊숙한

            경지에 나아가야 합니다.자기를 결단내고 적나라한 데까지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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