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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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고 은밀하되,4대 6근을 항상 형상 짓고 그 빛은 뭇 물상을
삼키기 때문입니다.만약 마음과 경계를 모두 고요히 하고 둘 다
잊어 지견과 알음알이를 끊고 그 자리에서 뚫어 버리면 바로 부
처의 마음이어서,이밖에 다시 어떤 법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조사가 서쪽에서 오셔서 오직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교 밖에 따로 전한다”또는 “바른 도장을 외길로 전하며
언어문자를 쓰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심은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쉬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음을 내고 생각을 움직여 바깥 사물을 인식하고 자기 견해를
인식하면서 정혼을 놀려 일정한 틀에 집착한다면 어찌해 볼 도리
가 없어집니다.석상(石霜)스님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쉬어라,푹 쉬어라.당장 입술에 곰팡이가 피도록,한 가닥 흰
명주실처럼,일념이 만 년이 되도록,냉랭하고 싸늘하도록,옛 사
당 안의 향로처럼 되도록 하라.”
이 말만 믿고 의지하여 수행하면서 몸과 마음을 흙과 나무와
돌덩이처럼 놓아버려야 합니다.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결에
변함없는 자리에 도달하여 호흡이 끊기고 속박이 끊어져서 한 생
각도 나지 않으면,마치 어둠에서 등불을 만난 듯,가련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듯 갑자기 기쁨을 얻습니다.4대 5온이 가볍고 편안
하여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합니다.몸과 마음이 훤히 트
여 모든 모습이 마치 헛꽃[空華]과 같아서 결코 잡을 수 없음을
분명히 비춰 보게 됩니다.
이 본래면목이 본지풍광을 나타내고 한 가닥 청허(淸虛)함을
드러내니,바로 이것이 자기가 신명을 놓아버리는,편안하고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