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46

46


            히듯 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예로부터 고덕들도 단독으로 제창한 곳에 이르러선

            털끝만큼도 용납하지 않고,두루두루 뽑아내 버리고 나서 나아갑
            니다.아무것도 없이 깨끗이 하여 만법과 짝하지도 않고 모든 성
            인들과 거처를 함께하지도 않으며 홀로 벗어나고 훌쩍 올라서서

            자유자재하였던 것입니다.그러므로 덕산스님과 임제스님은 ‘방’
            과 ‘할’을 휘두르면서,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며,사로잡기
            도 하고 놓아주기도 하여 일정한 틀에 갇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언어방편의 작용에 있어서도 일시에 그대로 끊어 버려,성인 범부
            의 길이 끊기고 잘잘못의 망정을 버려서 완전히 쉬어 버린 자리
            에 도달했습니다.그러니 여기서 무엇을 생사라 부르겠습니까.

               가슴이 텅 비어 관조조차도 세우지 않되 만나는 인연마다 그대
            로 종지입니다.꺼내 들면 하늘을 덮고 땅을 덮으나 자비 방편에

            의지하여 수준을 낮추어 상대해 줍니다.이는 바로 영리한 근기들
            에게 허망한 인연과 악각지견(惡覺知見)을 떨쳐 버리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공한 자리를 사무쳐서 그 공하다는 것마저도 간직하지

            않아야 합니다.마음을 마치 허공이 삼라만상을 포함하여 관장하
            지 않음이 없는 것처럼 하여 물물마다 곳곳마다 큰 해탈을 얻어

            야만 할 일을 모두 마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향상의 행리를 얻지 못한 것입니다.향상의 행
            리란 모든 성인이 가만히 전수한 곳이니,어찌 만 길 절벽에 서

            있다든가 천리 만리나 떨어진 정도에 그치겠습니까.온 누리를 가
            져온다 해도 한 티끌만큼도 가지지 않으니,이를 “위대한 작용이
            목전에 나타났다”고 합니다.이삼십 년씩 오래도록 길러 푹 익어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