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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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47


            야만 깨달아집니다.
               “마음이 바로 부처이다”함을 이미 확실히 밝혔다면,“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함을 거듭 그 자리에서 점파해 버려,그
            말에 매달리지 않고 그대로 뚫으면 옛사람의 붉은 진심을 보겠지
            만,만약 머뭇거렸다가는 그대로 빗나갑니다.

               “만법과 짝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하자,“그대가
            한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시면 즉시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하였
            는데,이는 상당히 단도직입적으로 요점을 살핀 것입니다.왜 이

            처럼 단박 알아차리지 않습니까.그저 그의 말속으로 들어가면 영
            원히 투철하게 벗어나질 못합니다.학인들이 이처럼 헤아리고 말
            을 하면서 합치하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이래서야

            어찌 생사를 꿰뚫어 버린 견해라 하겠습니까.생사를 꿰뚫고 싶다
            면 마음바탕을 열어서 통해야 하는데,이 공안은 마음바탕을 열어

            주는 열쇠입니다.밝혀서 요달하고자 한다면 말 밖에서 종지를 알
            아차려야 비로소 의심 없는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옛날 수산주(修山住)는 지장(地藏)스님을 뵙고서,수없이 산 넘

            고 물 건너 고생고생해서 스님을 찾아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그
            러자 지장스님이 말하였습니다.“많은 산천이 그대를 싫어하진 않

            았겠지.”여기서 수산주는 통 밑이 빠진 듯하였습니다.위와 같다
            면 어찌 많은 말이 필요하겠습니까.길을 말하는 사이에도 반드시
            보임(保任)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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