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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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49
없고 오묘하고 밝은 이 성품을 깨닫게 됩니다.꼭지가 견고하고
뿌리가 깊숙하여 금강처럼 견고한 진정한 자체에 도달하여 온몸
으로 짐을 걸머지고 갈 수 있습니다.그런 뒤에야 천차만별이 다
한 이치로 귀결하고 동과 정이 한결같고 마음과 경계가 맞아듭니
다.그러면 하나를 밝히면 일체를 밝히고 하나를 깨달으면 일체를
깨닫게 됩니다.
어떤 때에는 ‘수미산이다’를 들어 보이고,어떤 때에는 ‘뜰 앞
의 잣나무다’라고 말하는 일체의 기연과 경계가 어찌 다른 데로부
터 발현하겠습니까.나아가서 몽둥이를 휘두르고 ‘할’을 하며,나
무집게를 들이대기도 하고 공을 굴리기도 한 일들이 모두가 하나
의 도장으로 찍은 것입니다.생사와 열반은 마치 어젯밤 꿈과 같
아 자연히 편안하고 한가합니다.푹 쉬어 버릴[休歇]곳을 얻었는
데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습니까.쓰고 싶으면 바로 쓰고 말하고
싶으면 바로 말하면서,밥을 만나면 밥을 먹고 차를 만나면 차를
마십니다.평상심에 계합하여 부처라는 견해나 법이라는 견해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처라는 견해,법이라는 견해도 일으키지 않는데,더구
나 업 짓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지 못한 생각을 내겠습니까.결
코 그런 태도를 지어서 인과(因果)를 무시하려고 하지를 마십시오.
이렇게 해서 설법좌를 얻어 법의를 걸치고 조복해서 이끌고 항복
을 받아 무심과 상응해야만 구경의 귀착지인 것입니다.
영가스님은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더러운 옷을 벗을 뿐이다”
하였고,암두스님은 “무심함을 지킬 뿐이다”하였습니다.운거(雲
居)스님은 “천만 사람 속에 있어도 한 사람도 없는 것과 같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