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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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였으며,조산스님은 “독벌레가 있는 동네를 지나듯 물 한 방울도
            그를 적시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그래서 이것을 두고 “성태(聖

            胎)를 기른다”하고 “더럽힐 수 없다”고 말합니다.반드시 이제껏
            지어 왔던,깨끗하다 더럽다 하는 상대적인 생각을 버려야만 합니
            다.행주좌와 어느 때나 마음을 다해 참구해야만 스스로 힘을 갖

            추게 되는데,이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예
            로부터 내려오는 고덕들의 첩경입니다.




               15.원빈(元賓)에게 드리는 글



               불조의 큰 인연은 개념과 언어․지견․알음알이로 총명을 내
            거나 사유를 일으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마음을 잊고 외연

            을 잊어 밖으로는 모든 모습을 비우고 안으로는 식정(識情)을 벗
            어나고자 하거든,뒤로 물러나서 맑고 텅 비고 편안하고 한가함을

            지켜서,맑게 사무쳐 훤히 트이고 모든 방편을 초월하여 대뜸 본
            래의 오묘한 마음을 꿰뚫어야 합니다.예와 지금에 뻗치도록 담담
            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만 년이 일념이고 일념이 만 년이어서 영

            원히 번뇌가 없습니다.진실 합당한 경지는 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어 변함이 없으니 이를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견성성

            불함”이라 말합니다.그러나 여기에서 위와 같이 설명한 것도 이
            론에 불과합니다.말로써 말을 버리고 이치로써 이치에 회합하여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이치에 깨달아 들어가는 지름길도 흙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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