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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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51


            속으로 끌고 다니면서 구구한 이론으로 설명한 것이니,진실을 드
            는 데 이르러서는 무슨 이 같은 너저분한 설명들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이 미소하였던 것
            이니,이 가운데서 어찌 털끝만큼이라도 설명하는 도리를 용납하
            겠습니까.요컨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대천찰해(大千刹海)를

            한번에 꿰뚫어 귀결처를 알아야만,위로부터 행했던 진정한 법령
            을 다 알게 됩니다.
               덕산스님의 몽둥이와 임제스님의 ‘할’이 어찌 어린아이의 장난

            이겠습니까.만약 본분작가의 솜씨를 갖추었다면 한 수도 쓸 필요
            가 없습니다.그 때문에 방거사가 석두스님과 마조스님에게 “만법
            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요?”하고 묻자,석두스님은

            그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고,마조스님은 “그대가 한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시고 나면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하였는데,이것이 어

            찌 다른 이치겠습니까.그 지극한 뜻을 캐 본다면 다 같이 진흙에
            들어가고 물에 들어갔던 것이니 어떻게 높다느니 낮다느니,얕다
            느니 깊다느니 하겠습니까.여기에 이르러선 반드시 있음[有]을

            알아야 하고,있음을 알고 나선 다시 꼭 전변(轉變)하여 갈 줄을
            알아야 합니다.

               죽은 말이나 지키면서 틀에 떨어지는 것을 부디 조심하십시오.
            털끝만큼이라도 주관․객관,작용,현묘한 이성(理性)이 있기만 하
            면 견해의 가시가 사람을 찔러서 끝내 뽑아 버리지 못하리다.그

            러고서야 어떻게 생사를 벗어나 안락무위하여 움직이지 않는 경
            계를 증득하리오.옛사람은 실천 그것만을 소중히 여겼는데,자리
            를 얻어 법의를 걸친 후에도 스스로 살폈던 것이 바로 그런 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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