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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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53
의 비요(秘要)를 발휘해서 재삼 간곡히 일러주었으니 자비가 한량
이 없었습니다.우적(于頔)이 양양(襄陽)에서 자옥(紫玉)스님을 찾
아뵈었을 때,한 번 부르자 문득 머리를 돌렸으며,거듭 “흑풍이
배를 표류하게 하여 나찰의 나라에 떨어지게 됐다”라고 지적해
주자 비로소 환해졌습니다.예로부터 선비들 중에 이 일을 소중히
여겨,잠도 안 자고 먹을 것도 잊은 채 똑바로 진리를 본 사람은
이루 셀 수도 없습니다.
이 모두가 그 사람의 근기․역량․지혜․견해가 고명하고 상
쾌한 데다가,그런 뒤에 선지식을 찾아 결택할 수 있었기 때문입
니다.지금 이미 옛사람들과 짝이 되었으니 더욱 힘써 실천하면서
물러나지 않아야 됩니다.깊이 증득하고 깊숙이 깨달아 들어가기
를 도모하여 입에 발린 말만을 숭상하지 말고,반드시 마음마음이
사물에 부딪히지 않게 하고 사물마다 일정한 처소가 없어야 비로
소 되리다.
이 도는 외길로 제창하고 홀로 증득하며 불조의 향상 기틀과
계합하여,마음의 근원에서 높이 벗어나는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마치 전광석화와도 같아서 머뭇거리며 엿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
으니,단박에 꿰뚫어 의근(意根)으로 헤아리는 데 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그런데 이치와 성품을 설명하는 데 이르러서는,말이나
경계 속에서 일정한 틀을 짓고 알음알이를 세워 서로가 전하여
지니면서,오직 마음뿐임을 설명하여 지수화풍(地水火風)과 융합시
키고,허공의 한량을 가지고 6근과 6진의 일을 꿰뚫었다고 합니
다.그것은 다만 이론일 뿐이며 교가(敎家)의 3승 5성(三乘五性)과
방편으로 단계를 세운 것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니,도리어 바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