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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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49


               “그가 그래 가지고서야 당나귀띠 해[驢年]나 기다려야 할 것이
            다”하였다.
               -바쁜 자는 알지 못한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지주(池州)의 노조산 보운(魯祖山寶雲)선사는 무릇 승이 오는

                것을 보면 문득 벽을 향해 앉았으니,이는 달마가 9년 동안 앉
                았던 뒤로는 아무도 이 영(令)을 다시 시행치 않았는데 이로써
                제방에서 부처와 조사를 묻거나 향상(向上)과 향하(向下)를 묻
                는 대가들로 하여금 아픔과 가려움을 느낄 줄 알게 하려는 것
                이었다.남전은 노조와 동문으로서 사람들이 바늘과 송곳으로
                찔러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문득 변죽을 쳐서 주를 내어
                틔워 주되 “내가 평소에 그에게 향해 이르기를 공겁(空劫)이전

                에 알아차려야 한다.부처님이 세상에 나시기 전에 알아차려야
                한다 하였는데 아직도 한 개도 반 개도 얻지 못했다”하였으
                니,언뜻 보기에는 한 가닥 숨통을 틔워 준 것 같지만 사실은
                시자를 대신해서 법을 전해 마친 도리이다.
                  또 이르기를 “그가 그래 가지고서야 당나귀띠 해나 기다려야
                할 것이다”한 것은 보기에는 그가 너무 도도함을 꾸짖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를 칭찬하면서 마주 보고 몽땅 내어준 것이
                다.

                  듣지 못했는가?설사 말로 충분히 설명한다 해도 어찌 한 차
                례 직접 가보는 것만이야 하겠는가?그러므로 영산(靈山)은 달
                을 그린 것 같다 하고,조계(曹溪)는 달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하였거니와 그 어찌 노조가 수정궁(水晶宮)안의 광한전(廣寒
                殿)에서 옷깃을 헤치고 만나 준 것만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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