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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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되 “일러 보라.저것은 범부인가,성인인가?”하니,임제가
문득 할(喝)을 하였다.보화가 이르되 “하양(河陽)은 신부선(新
婦禪)이요,목탑(木塔)은 노파선(老婆禪)인데,어린 오줌싸개 임
제는 도리어 한쪽 눈을 갖추었도다”하니,임제가 이르되 “저
늙은 도적아!”하매,보화가 승당(僧堂)을 뛰쳐나가면서 이르되
“도적이야!도적이야!”하였다.수산(首山)이 이에 대해 이르되
“저 두 명 도적 속에 진짜 도적이 있으니,일러 보라.어느 것
이 진짜 도적일까?”하고는 대신하여 이르되 “유분자(劉盆子)로
다”하였다.
암두가 묻되 “범부인가?성인인가?”하니,덕산이 문득 할을
했다 한 것은 임제가 함께 온 이를 헤아려 감정하려던 것과 비
슷하고,암두가 절을 한 것은 “어린 오줌싸개 임제가 도리어
한쪽 눈을 갖추었다”한 것과 똑같다.
설두가 이르되 “그때 절을 하자마자 등줄기를 후려갈겼더라
면 동산의 콧대를 꺾어 버렸을 뿐 아니라 전활(全豁:암두)노
장도 제자리를 잡게 했을 것이다”하였으니,이는 또 임제가
이르되 “저 늙은 도적아!”한 것과 같다.
동산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이르되 “만일 활공이 아니었더
라면 감당해 내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한 것에 대하여 불
과(佛果)가 착어(着語)하되 “곁의 사람이 안목을 갖추었다”하
였고,또 이르되 “다만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했다”하였다.
그러나 만송의 견해는 그렇지 않으니 불과가 이르되 “동산은
곁의 사람이 비록 안목을 갖추기는 했으나 다만 송곳 끝이 뾰
족한 것만 보았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불과화상은 비
록 안목을 갖추기는 했으나 끌의 끝[鑿頭]이 모난 것은 보지
못했다”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