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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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45
동산은 짐짓 알아듣는 척하면서 암두를 속여 당초에 절을
한 것이 권(權)인가 실(實)인가를 밝히고자 했는데 과연 암두는
불길이 머리 위에 붙은 듯이 급하게 허우적거리면서 이르되
“동산 노장이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구나!나는 그때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렸었더니라”하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등불을
켜고 밥을 먹었으니 두 집이 분명해진 것이다.
보지 못했는가?보령 용(保寧勇)화상이 송하되 “평지에 달리
는 토끼를 보자 날랜 매를 놓는다”하였는데 이는 문턱에 걸터
앉아 물은 것을 송한 것이요,“한 번 쥐어질러 문득 두 눈동자
를 씹어 터뜨린다”하였으니,이는 덕산이 할을 하매,암두가
절을 한 것을 송한 것이요,“표독한 손으로 빼앗자마자 딴 사
람이 사 간다”한 것은 동산이 값어치를 매긴 것을 송한 것이
요,“그러나 근량(斤兩)이 분명치 않음이야 어쩌랴?”하였으니,
이는 바로 만송이 말한 내용을 송한 것이다.
근과 양이 분명하기를 바라는가?사실은 불과도 만송도 높음
과 낮음을 다투지 않노니,다시 천동이 저울대에 한 번 올리는
것을 보라.
송고
찾아온 상대를 억누르고
-바람이 불면 풀이 눕는다.
권세의 자루를 독차지했다.
-병부[符]가 이르면 받들어 행한다.
일에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위엄이 있고
-부처님의 손은 막을 수 없다.
나라에는 범할 수 없는 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