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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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47
활공이 아니었다면 감당해 내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하였
으니,이 어찌 “대접받기를 좋아하다가 주인이 교만해졌고,간
하는 말을 싫어하다가 신하가 아첨꾼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임제종풍은 ‘붉은 실로 새끼[索]를 감싼 것과 푸른 옥의 구
덩이와 범을 사로잡는 덫으로 복병을 놓아 싸움을 일으킨다’는
것인데,제방에서는 모두가 이르되 “암두가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다’고 한 말에 대하여 동산이 잘못 주석을 내렸다”
하거니와,동산이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 도리가 심히 분
명한 줄은 전혀 몰랐다.
이 도리는 구참납자가 아니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데 요즘
겨우 흰옷을 벗은 한 패거리의 사미승들은 천동의 송에 “한 손
은 들고 한 손은 내린다니 그 마음씀을 살필 일이다”한 것에
대하여 이르되 “선가에서는 남에게 설파(說破)해 주기를 좋아
하지 않는다.원래가 모두 마음씨의 한 부분인데 짐짓 기교를
부려 학인을 꾄다”하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한 부분의 마
음씀이 곧 한 부분의 자비다”하노라.
한 주먹도 맞지 않고,한 방편도 배우지 않았으니 가히 과일
은 꽃에서 얻고 단맛은 쓴 데서 온다 하리로다.암두의 들고
내린 가풍은 동산이 훔쳐다 썼고,동산의 들고 내린 가풍은 만
송이 설파해 버렸도다.갑자기 누군가가 나와서 절을 한다면
만송은 도리어 그를 놓아버려서 때리지 않으리니,무슨 까닭일
까?그는 가죽 밑에 피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