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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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53
가 누구의 아들인지는 모르지만 상제(象帝)의 앞이라”하였는
데,납승으로서는 면면히 있는 듯한 도리를 한결같이 없는 것
으로 보지 말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상제의 앞이란 공겁(空劫)이전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
시기 전이요,바보스러운데 도가 높다는 것은 설두(雪竇)의 도
귀여우송(道貴如愚頌)을 인용한 것이니,그 송에 이르되 “비 지
나고 구름 걷히자/새벽 기운 반쯤 열리니/두어 봉우리 그림처
럼 푸르게 우뚝하네/공생(空生)이 알지 못하고 굴속에 앉아서/
하늘꽃과 땅 진동이 생기게 하였네”하였다.이 송은 공생이
연좌(宴坐)하고 있는데 제석천왕이 감동하여 하늘꽃을 흩은 것
을 읊은 것이다.이제 노조가 일을 줄이지 못해서 남전․현사
등 한 패거리 노장들의 점검(點檢)을 불러일으켰으니,이야말로
옥에다 문양을 새겨서 순수함을 잃는 격으로,구슬이 못에 있
으매 그대로 예쁘게 둠만 같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서(晋書)육기(陸機)의 숭문부(崇文賦)에 이르되 “돌에 옥이
숨으니 산이 빛나고 물이 구슬을 품으니 개울이 예쁘다”하였
는데,돌 속에 옥이 숨은 것을 남전 무리가 쪼아서 열려 했고
물이 구슬을 품은 것을 현사 무리가 걸러내려 했다.다행히
‘십 분의 서늘한 기운이 있어 더위를 녹이는 초가을인데 바야
흐로 한 조각의 한가한 구름이 있어 아득히 하늘과 물을 가르
도다’한 것이다.
만송은 일찍이 벽을 향해 앉은 적이 없으니,저 한 무리가
온들 무슨 절문(節文)을 찾을 수 있겠는가?스스로 대신 대답하
노니,“천동의 송고(頌古)를 보라”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