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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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복(保福)이 남전과 노조의 문답을 장경(長慶)에게 묻되 “노
                조의 절문(節文)이 어디에 있기에 남전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까요?”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보복은 어찌하여 절문이
                란 두 글자를 들먹이는가?만일 싹트지 않는 나뭇가지에서
                봄․가을을 가릴 줄 아는 이가 아니면 이렇게 묻기가 어려우
                리라”하노라.장경이 대답하되 “자기가 물러나서 남에게 양보

                하는 것은 만 사람 중에 하나도 없다”하였으나,만송은 이르
                노니 “옛사람은 이토록 눈이 밝았구나!”하노라.
                  현각(玄覺)이 이르되 “남전의 말씀은 긍정한 것인가,긍정치
                않은 것인가?”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반은 막았고,반은
                가리웠으나 그를 한 점도 속일 수는 없으리라”하노라.
                  취암 지(翠岩芝)가 이르되 “어째서 이토록 수고로워하는가?”
                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이미 본을 뜨고 화본을 그려 마
                쳤다”하노라.또 이르되 “만일 어떤 승이 온다면 무엇을 보겠

                는가?”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아직도 적다고 혐오하는
                가?”하노라.다시 이르되 “때를 아는 것이 좋겠다”하였으나,
                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도연명(陶淵明)이라면 눈썹을 찡그리면
                서 얼른 떠나리라”하노라.또 이르되 “나는 그러지 않으리니,
                포태(胞胎)를 갖추기 전의 일은 알지 못하니 알았다면 네 허리
                를 쳐서 꺾으리라”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화상의 방망
                이는 누가 맞겠습니까?”하리라.

                  나산(羅山)이 이르되 “왕노사(王老師)를 그때 보았더라면 잔
                등이에다 뜸 다섯 장을 떠 주었으리니 그가 놓을 줄만 알았고
                거둘 줄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
                니 “5경 첫새벽에 일어났는데 벌써 밤부터 다니는 사람이 있구
                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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