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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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55


               현사가 이르되 “모름지기 우리 사형이라야 그렇게 말할 수 있
            을 것이다.
               -여우의 패거리요,개의 무리로다.

               비록 그러하나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하였다.
               -달리 한 가닥이 있다면 당장 드러내 주시오.
               그 승이 묻되 “화상께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하니,

               -독벌레 붙은 머리 위에 가려움을 긁는다.
               현사가 대답하되 “남산까지 들먹여서 무엇 하리오?”하매,
               -그저 그 독사란 게 분수 밖의 것이 아니니라.

               운문이 주장자를 설봉의 얼굴 앞에다 던지면서 두려워하는 시
            늉을 지었다.
               -어찌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해칠까.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남산의 독사는 비록 죽은 뱀이지만 상골암(象骨岩)앞에서

                놀릴 줄 알면 살아난다.설봉이 들어서 대중에게 보인 것은 본
                래 독으로써 독을 제거하려던 것인데 장경은 다만 물살을 따라
                배를 띄울 줄만 알고서 이르되 “오늘 승당 안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하였다.만일 그가 바람을 거슬러서 키를
                잡을 줄 알았다면 설봉은 마땅히 열반당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현사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이르되 “모름지기 우리 사형이
                라야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하였으니,여기에는 눈에 띄
                지 않는 함정[言肴訛 ]이 있다.만일 현사가 장경을 인정했다면 어
                찌하여 또 이르기를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했을까?물길을

                따라 배를 띄울 줄 알 뿐 아니라 다시 바람을 거슬러 키를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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