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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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毅:결과를 이루는 일]에 있어 남을 앞세우지 않으니,너무 강
                함이 심한 것이요,장경은 삿됨을 따라 문득 이르되 “많은 사
                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였으니,사자가 되돌려 던지는 줄[師
                子返擲]을 모르는 꼴이니,이는 참으로 의리를 보고도 하지 않
                는 짓이라 용기가 없는 것이다.
                  “바람과 구름이 모이자 머리에 뿔이 돋으니 과연 소양의 뱀

                놀리는 솜씨를 보았다”한 것은 운문이 마주 보면서 한 마리의
                산 뱀을 들어올려 보인 것이,다른 스님들이 활 그림자가 술잔
                에 비치듯 한 것[弓杯現影]과는 다르다는 것을 송한 것이다.
                  “능히 물리치기도 하고,능히 부르기도 한다”한 것은 속담
                에 뱀을 부르기는 쉽지만 뱀을 물리치기는 어렵다 한 것에 연
                유한 것이고,“사로잡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한다”한 것은 이
                미 얼굴 앞에다 불쑥 내던졌다가 다시 두려워하는 모습을 지었
                음을 송한 것이니,이미 사로잡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하였다면

                반드시 물리칠 줄도 알고 부를 줄도 알 것이다.
                  천동이 마지막에 이르기를 “이 도리를 지금에 누구에게 전할
                까?싸늘한 입으로 사람을 상해도 아픔을 모르는 자이리”하였
                는데 무릇 염하고 송하는 데는 반드시 자기에게로 돌려서 자기
                의 얼굴 앞에다 들이대어야 비로소 작가라 할 수 있다.
                  설두도 이르되 “지금에는 유봉(乳峰)앞에 감추어졌으니,오
                는 자 모두가 방편을 살피라”하고는 높은 소리로 할을 하고,

                다시 이르되 “발 뿌리를 살피라[看脚下]”하였는데,만송은 이
                르노니 “설두는 발 뿌리 보기를 탐내다가 해골바가지 꿰뚫리는
                줄을 몰랐고,천동은 싸늘한 입으로 사람을 해친다 하였으니
                밝은 사람은 어두운 일을 하지 못함을 보였다”하노라.
                  내가 그때 운문이었다면 주장자를 설봉의 가슴에다 콱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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