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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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57
솜씨를 부림이여,
-재주가 나오지 않으면 그만둘 일인데 두번 세번 거듭하는구나!
번득이는 번갯빛 속에서 변동을 살핀다.
-한눈을 팔면 생명이 위험하다.
이쪽으로서는 능히 물리치기도 하고 부르기도 하며
-자랑 좀 하지 말지!
저쪽으로서는 사로잡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한다.
-급소[七寸]가 내 손아귀에 있거든!
이 도리를 지금에 누구에게 전할까?
-만송 늙은이가 있나니.
싸늘한 입으로 사람을 상해도 아픔을 모르는 자이리.
-아야,아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현사가 사람을 시켜 설봉에게 글을 보냈는데 설봉이 뜯어보
니,백지 석 장뿐이었다.이것을 들어 그 승에게 보이면서 묻되
“알겠는가?”하니,승이 대답하되 “모르겠습니다”하였다.설봉
이 이르되 “듣지 못했는가?군자는 천 리를 격했으되 같은 호
흡 사이니라”했더니,승이 돌아가서 현사에게 이 사실을 이야
기하자,현사가 이르되 “산두(山頭)노화상은 빗나간 줄도 모르
는구나?”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현사는 설봉의 법을 이었으되 평소에 아비의
염소 도둑질을 고발[證父攘羊]하고,어진 일을 당하여 양보하지
않는[當仁不讓]자세로 이르되 “남산까지 들먹여서 무엇 하리
오?”하였다.이는 또 과감함[果:적을 섬멸하는 일]과 의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