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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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투자(投子)가 대신해서 이르되 “드러내기는 어렵지
않으나 머리와 뿔이 온전치 못할까 걱정입니다”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잘 고치겠습니다”했어야 하리라.
설두(雪竇)는 염하고 이르되 “나는 온전치 못한 머리와 뿔을
요하노라”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이것은 우리 가문의
묵은 보물입니다”했어야 하리라.
석상(石霜)이 이르되 “만일 화상에게 돌려보낼 것이라면 없
습니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
도 피하는구나”하리라.설두가 염하고 이르되 “무소가 아직
있습니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눈 밝은 이는 속이기
어렵다”하리라.
보복(保福)이 이르되 “화상께선 연세가 높으시니,따로 딴 사
람을 청하심이 좋을 것입니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은혜가 많으면 원망도 깊다”하노라.
설두가 염하고 이르되 “아깝구나!수고는 했으되 공이 없구
나”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좋은 마음에 좋은 과보를
얻지 못했구나!”하노라.
이 한 패거리의 노장들이 공연한 도리를 설한 것에 의거하
건대 부채도 무소도 끝내 드러내지 못했더니,오직 자복이 있
어 원상 하나를 그리고 그 복판에다 소 우(牛)자 하나를 딱 쓰
니,부채와 무소가 선명하여 끄떡도 않게 되었다.
설두가 염하고 이르되 “아까는 어찌하여 그런 사실을 드러내
지 못하고 그저 이르기를 ‘부채가 부서졌습니다’라고만 하였을
까?”하였으나,어찌 일찍이 털끝만치의 요동인들 있었겠는가?
아까까지 드러내지 못했다 한들 어찌 일찍이 없어진 적 있으며
지금 드러낸다 한들 어찌 일찍이 더한 것이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