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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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63


                  천동은 자복이 드러내고 친숙히 사용해서 이름을 붙이고 청
                을 불러일으킨 모습을 가상히 여겨 특별히 차 한 잔 달여서 올
                리고,다음과 같이 송했다.



               송고
               부채가 부서지자 무소를 찾으니
               -하나는 움직이고 하나는 쉰다.
               둘레 안의 그 글자가 까닭이 있도다.

               -억지로 도리를 설한 것 같다.
               뉘 알았으랴?계수나무 바퀴에 깃든 천 년의 넋이

               -뿌리가 천 길이나 묻혔겠군.
               묘하게 환한 광명 되어,한 점의 가을이라.
               -현세에 싹이 난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제방에서 이르되 “부채에다 무소가 달구경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하고,혹은 이르되 “무소뿔로써 부채를 만든 것이다”
                하고,혹은 “무소뿔로 자루를 만든 것이다”하니,모두가 무소

                부채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염관이 그때 점포를 활짝 여니,사람마다 한 자루씩 집어 올
                렸는데 유독 자복만이 새 모습에 손이 익어졌고 온 전체가 치
                우치고 유별났다.
                  선사께서 일찍이 대중에게 보이되 “강을 사이에 두고 자복의
                찰간(刹竿)을 보자 문득 돌아서서 떠났으니,발꿈치에다 30방망
                이를 주는 것이 좋겠거늘 어찌 하물며 강을 건너왔을 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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