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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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았던 칼을 다시 칼집에 넣을 수는 없었겠지!
남전이 다시 이 사실을 들어 조주(趙州)에게 물었는데
-다시 팔러 온 물건은 반 푼 값도 안 되지!
조주가 얼른 짚신을 벗어 머리 위에 이고 나가 버리니
-그야말로 한 칼에 두 토막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남전이 이르되 “그대가 있었더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겠구
나!”하였다.
-마음이 기우니 모르는 결에 입이 기운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법운사(法雲寺)의 원통 수(圓通秀)선사는 두 승이 나란히 서
서 토론하는 것을 보고,주장자를 들고 곁에 가서 연거푸 두어
차례 구르고는 이르되 ‘한 조각의 업 바탕[業地]이로다’하였는
데,하물며 양당의 우두머리가 고양이 때문에 싸움을 벌였거늘
남전은 화해를 권하지도 않고,벌도 주지 않은 일이겠는가?
본색(本色:진짜)의 도인은 본분(本分:정법)의 일로써 사람
들을 위하는지라,마침내 고양이를 들어올리고 이르기를 “바로
이르면 베지 않겠다”하였으니,이럴 때엔 시방세계의 유정과
무정이 일제히 남전의 손아귀에서 “살려 달라”고 했어야 한다.
그때 어떤 사람이 나서서 두 손을 활짝 펴든지,아니면 멱살을
확 쥐어 세우고 이르되 “화상의 신통묘용이 헛수고가 되었군
요!”하고는 남전을 놓아주어 딴 곳에서 정령을 시행케 했더라
면 그 고양이를 구제할 수 있었으리라 감히 보증하겠거니와,
그 굴속의 한 패거리 죽은 쥐떼들은 이미 조그마한 기백조차도
없었고,남전도 이미 폈던 솜씨를 오므리지 못해서 정령이 끝
까지 시행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