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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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71
노파는 이르되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하였다.
-그대가 이미 후백(侯白)인데
승이 이 사실을 조주에게 고하니
-사람이 평온하면 말이 없고
조주가 이르되 “감정해 줄 터이니 기다리라”하고는
-물이 평평하면 흐르지 않는다.
조주 자신도 전과 같이 물었다.
-범을 잡는 덫이구나!
다음날 상당하여 이르되 “내가 그대를 위하여 감정해 마쳤다”
하였다.
-내가 다시 후흑(侯黑)이 되었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오대산 길가의 노파는 평소 무착(無着)을 따라서 절에 들고
나고 하면서 문수(文殊)의 전삼후삼(前三後三)의 도리를 배불리
참구한 터였다.무릇 승이 와서 오대산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
으면 장안(長安)큰길을 숨김없이 가리키면서 곧장 가라고 하
였다.그 승이 의심조차 없이 선뜻 떠나면 노파는 “멀쩡한 스
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하였으니,그 노파는 올가미를 손에
들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현량(賢良)들을 속였던가?그 승도
이미 어쩔 수 없어서 조주에게 들고 와서 이야기하니,조주가
이르되 “그대를 위해 감정해 주리니,기다리라”하여 천하 사
람들을 바짝 의심케 하였다.
그 노장은 늙었으면서도 마음을 쉬지 못하고 무엇을 도모했
던가?종안(宗眼)을 확정시키기 위한 것으로,조주는 전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