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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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는 착어하되 “끝없는 묵은 업이 다할 때 청정해진다”하였다.
                  뱀과 범이 동무가 되도다.
               -불과는 착어하되 “짐승들이 골고루 알아듣느니라”하였다.
                  적요(寂寥)한 천백 년이여!맑은 가풍이 아직도 멈추지 않았

                다”하였다.
               -불과는 착어하되 “뉘라서 우러르지 않으리오?”하였다.


                  선사(엄양)는 가는 곳마다 항상 뱀 한 마리와 범 한 마리에
                게 손바닥에다 먹이를 주는 것이 과위를 얻은 사람 같았으므로
                존자라 불렸다.옛 부처로 불리는 조주와 존자는 범부인지 성
                인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니,한 말씀을 토하거나 한 가
                지를 물으면 천추를 두고 만인의 귀감이 되었다.천동은 근일

                의 종장[師僧]들이 거친 마음이 더욱 성해지는 것을 보고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는 송을 지었다.


               송고

               섬세한 행마를 막지 못해 선수(先手)에 졌으니
               -흑백이 나뉘기 전에도 바른 가운데 치우침[正中偏]이 있다.
               마음 거칠었음을 스스로 깨닫고는 쑥스러이 고개를 숙였네.

               -호구(虎口)에다 바둑알을 놓았다.
               판이 끝나자 허리에 찼던 도끼자루 썩으니,
               -일러 보라,지금은 어느 시점인가?

               범인의 뼈를 깨끗이 씻고 신선과 함께 거닐도다.
               -머리가 가볍고 눈이 밝았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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